미국 법원의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결정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1년 넘게 끌어온 특허 소송이 구글을 중심으로 한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갤럭시 넥서스는 지난해 10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4.0 버전 ‘아이스크림샌드위치’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만든 ‘레퍼런스(기준)’ 스마트폰이다. 다른 제조업체들은 이 스마트폰을 참고 삼아 소프트웨어 등을 변형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결정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업체 전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셈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실제 특허 침해 여부를 가리는 본안 소송은 2014년 3월31일 시작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 구글과 삼성전자가 갤럭시 넥서스를 다시 판매하려면 애플의 특허를 무효화하거나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항고를 통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소하는 방법도 있다.
○‘통합검색’ 특허가 핵심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는 △통합검색 △밀어서 잠금 해제 △문자 입력 시 자동 수정 △문서에 포함된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터치하면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데이터 태핑’ 등 4건이다. 독일의 지식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자신의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를 통해 “통합검색 특허가 가처분 결정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나머지 특허들도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합검색은 데스크톱이나 스마트폰 등 기기 내부에 저장된 자료와 웹상의 자료를 한꺼번에 찾아주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검색창에서 ‘한국경제신문’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이 문구가 들어간 문자메시지 이메일 애플리케이션(앱) 문서 등을 모두 보여주는 식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애플이 갤럭시 넥서스에서 문제를 제기한 기능은 ‘구글 퀵 서치 박스’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구글로선 이 기능을 쓰지 않거나 애플이 특허를 제출한 2004년 12월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기능이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다른 3가지 특허에 대해서도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부 외신들은 “애플이 노리는 부분은 구글과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애플의 특허를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도록 강요해 제품 완성도를 떨어뜨리거나 판매 시기를 늦추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갤럭시S3도 안심할 수 없어삼성전자는 연이은 악재와 맞닥뜨리게 됐다. 지난달 26일 태블릿PC ‘갤럭시탭 10.1’도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특히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3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애플은 지난달 새너제이 지방법원에 갤럭시S3가 통합검색과 데이터 태핑 등 2건의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포함시켜 줄 것을 신청했다. 법원은 “애플이 몇 달 전 신청했을 때 포함시키지 않았던 갤럭시S3에 대한 판매 금지까지 요구하려면 따로 판매금지 신청을 제기해야 한다”며 이를 기각했다.
애플은 최근 갤럭시S3 판매금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에서 주력 제품이 판매금지를 당할 경우 매출은 물론 제품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삼성전자로선 갤럭시S3에 앞서 이번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조치를 필사적으로 막아야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이번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미 구글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섰고 제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