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콜택시 앱이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편리하고 간편한 기능으로 무장한 국내 기업들의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카카오택시’, ‘리모택시’, ‘이지택시’, ‘티맵 택시’ 등 너도나도 콜택시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우버 논란은 서서히 기억 속에 묻혀갑니다.
우버 논란을 거치면서 택시 산업과 관련된 2가지 문제가 다시금 회자됐습니다. 특정 시간대 고질적인 승차거부와 택시 기사의 친절 문제였습니다. 일부 택시 승객들이 우버에 열광했던 이유는 승차거부 없이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였습니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더라도 편안하고 안전한 고급 서비스를 받고 싶었다는 의미일 겁니다.
우버의 시도는 현재 물거품이 됐습니다. 경찰청의 압수수색 등을 거치며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얼마전 우버의 한국 홍보대행사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고민을 털어놓더군요. 우버에 닥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고백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버가 당장 한국을 떠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시 정비를 하고 서비스를 준비할 확률이 높다는 게 그 분의 전망이었습니다.
택시에 대한 시민의 요구사항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우버를 대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출시된 모바일 콜택시 앱은 승차거부와 친절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까요? 우버에 투영됐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카카오택시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차례의 탑승, 2차례의 취소 경험
저는 2차례 카카오택시를 이용했습니다. 4월4일과 4월8일이었습니다. 예약 취소 사례까지 포함하면 모두 4차례입니다. 4월4일엔 서울 사당 부근에서 서울역까지 이동했고, 4월8일엔 서울 화랑대역에서 이수 방향으로 갔습니다. 차량은 각각 K5와 YF 소나타였습니다.
콜 방식은 편리했습니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곧바로 호출이 됐습니다. 지역에 따라 배차 완료 시간까지 차이를 보였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카카오택시 앱이 현재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전화로 다시 설명해야 하는 수고는 있었습니다. 이는 리모택시 앱을 이용할 때도 겪었던 불편 사항이었습니다.
4월4일 서울역으로 이동하면서 택시기사인 이 아무개 님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는 당일 카카오택시를 처음으로 이용해봤다고 했습니다. 회사에서 설치해보길 권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다른 콜택시 앱을 사용한 적이 있느냐”라고 말이죠. 기사님은 “카카오택시가 처음”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용법에 대해 숙지가 덜 된 듯했습니다. 카카오택시로 콜을 요청한 승객이 탑승하면 기사는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카카오택시 기사 전용 앱에서 말이죠. 이 아무개 님은 그 사실을 잘 몰랐던 모양입니다. 탑승이 확인되지 않으면 제가 이후에 택시기사 평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조용히 “탑승 버튼을 눌러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부탁해야 했습니다.
“콜 취소 승객에 패널티 부과해야”
이 아무개 기사님은 10여년 동안 콜 장비를 차내에 장착해오다 모두 떼어냈다고 합니다. 월 3~4만원씩 지출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콜을 취소하는 승객 때문에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카카오택시에 대한 기대는 달랐습니다.
“스마트폰은 누구나 들고 다니잖아요. 그만큼 쉽게 콜을 부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카카오톡 쓰는 사람도 많고.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 한번 깔아봤어요.”
그에게 단도직입 물었습니다. “카카오택시가 활성화하면 승차거부가 사라질까요?” 이 기사님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만약 서울시내 택시가 접근하기 어려운 구석진 곳에서 콜이 온다면 자신은 “거부할 것”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놀러 나온 게 아니라 돈 벌러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카카오택시의 콜을 믿고 외진 곳까지 갔음에도 이미 다른 택시를 타고 가버리면 어떻겠느냐고 제게 되물었습니다. 고개를 끄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카카오택시든 뭐든, 콜을 취소하는 승객에겐 패널티를 물려야 해요.” 승객들이 자주 콜을 취소하면서 피해를 입었던 후유증이 좀체 가시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카카오택시는 “승객은 일방적인 예약 취소가 누적되면 카카오택시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명시해두고 있었습니다.
“콜택시 문화가 정착되는 게 우선”
밤 11시께 카카오택시로 콜을 요청해봤습니다. 야간에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볼일도 볼 겸 서울 동북단 끄트머리에 위치한 화랑대역에서 카카오택시를 불렀습니다. 어김없이 5분 안에 배차가 됐습니다. 단지 현재 위치 설정이 어긋나게 전달되는 바람에 기다리는 데까지 약 7~8분이 소요된 점이 아쉬웠습니다.
택시기사 김 아무개 님은 현재 자신의 스마트폰에 3개의 콜택시 앱을 설치해뒀다고 전해줬습니다. 카카오택시와 이지택시, 리모택시였습니다. 곧 티맵 택시가 나온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다들 뛰어드는지 잘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어떤 앱에서 가장 콜이 많이 접수되는지 물었습니다. 카카오택시가 출시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지택시 사용자가 가장 많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요 며칠 사이에는 카카오택시가 이지택시로 접수되는 콜 수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인기를 실감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도 꺼내놨습니다.
“택시기사들 사이에선 카카오택시가 초기 프로모션을 위해 장난을 치는 것 같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콜이 뜨면 곧장 사라지는 현상이 자주 있습니다. 콜에 응하려고 하면 곧장 사라집니다. 좀 이상해요.”
김 아무개 님은 흥미로운 사실도 알려줬습니다. 카카오택시 앱을 실행할 때마다 2천원씩 카카오 쪽이 적립해준다고 합니다. 최대 4만원까지 유효하고요. 4월 한 달간만 시행한다고 하더군요. 얼마 전에는 택시기사들의 요구로 스마트폰 거치대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보탰습니다. “(다음)카카오가 돈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에게도 승차거부와 친절 문제를 물어봤습니다. 앞선 이 아무개 기사님과 마찬가지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콜 취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승차거부와 친절 문제가 쉽게 풀린다는 맥락이었습니다.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습니다. “콜 문화, 즉 예약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조금 기다리더라도 콜을 요청한 뒤 다른 택시를 골라 타지 않는 문화가 안착하지 않으면 카카오택시건 다른 모바일 택시앱이건 활성화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두 번의 취소 경험
탑승은 하지 않았지만 두 번의 예약 취소 기능도 테스트해봤습니다. 첫 취소 경험은 강북 석계역 인근에서였습니다. 카카오택시로 콜을 요청했지만 5분이 지나도록 배차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녁 7시30분께였는데요. 택시가 부족해서인지 지역 문제였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다린 지 5분이 넘어설 무렵 갑자기 배차 완료 메시지가 떴습니다. 도착하는 데까지 무려 11분이 소요된다는 메시지가 나타나더군요. 결국 택시기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다른 택시로 타겠다”고 양해를 구해야 했습니다.
한 번은 도착지를 지방으로 설정해봤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택시를 부른 것이죠. 진심으로 테스트를 위함이었습니다. 의외로 채 2분도 되지 않아 배차가 완료됐습니다. ‘정말 부산까지 간다는 건가’ 의아했습니다. 곧바로 ‘취소’ 버튼을 눌렀습니다.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부산까지 간다고요? 이상해서 연락해봤습니다. 제가 취소하겠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테스트 중이었다”고 말하자 조금은 퉁명스러운 투로 “열흘이 넘었는데 또 무슨 테스트입니까”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긴 했습니다.
호출 편의성은 긍정적…친절 문제 해소도 기대
카카오택시는 택시 호출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했습니다. 우버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기술적 세심함도 갖췄습니다. 소소한 차이가 발생하는 ‘위치 탐색 기능’만 개선된다면 말이죠.
하지만 승차거부와 친절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아직은 불확실해 보였습니다. 카카오택시의 호출에 적극적으로 응할 이유를 택시 기사들이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사 기간 동안 최대 4만원까지 지원을 받겠지만 이런 인센티브 요소가 사라지면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카카오 쪽은 “택시기사들의 유휴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승객을 찾기 위한 탐색 시간을 줄여 택시기사들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 관련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라고 본 것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이는 무전 기반 콜 서비스도 풀려고 했던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리모택시는 승차거부를 해결하기 위해 콜에 응한 택시기사에게 지속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반면 카카오택시는 특별한 혜택이 없습니다. 앱을 켤 때마다 지급되는 적립금도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면 사라질 예정입니다. 택시 호출 수요가 택시 공급을 초과하는 일시적인 시간대과 지역에서, 택시기사들이 카카오택시의 콜 요청에 응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아직은 희미해보였습니다. 택시기사들은 여러 택시 앱들이 전달해주는 승객들의 목적지를 보고 고르면 됩니다. 차고지나 장거리 중심의 승객을 선택해 태우면 그만입니다. 피크 시간대 가까운 거리로 이동하는 호출은 거부해도 됩니다. 택시기사들이 이러한 상황에서도 카카오택시 사용자의 요청에 응해야 할 매력을 다음카카오는 제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단, 친절 문제는 서서히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배차 알고리즘을 적절히 조절하면 탑승객에겐 평균적으로 더 나은 평가를 받은 택시기사를 안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휴 시간을 줄여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택시기사들 사이에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친절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카카오택시가 출시된 지 이제 겨우 열흘이 지났습니다. 서비스를 평가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입니다. 택시기사들에겐 콜 비용도 아직 부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택시기사가 얻을 것이 더 많은 서비스입니다. 적잖은 승객들도 편리한 사용성에 호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적 부진 전망에 전전긍긍인 다음카카오가 콜 수수료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언제까지 유보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 이후 택시기사들이 보이게 될 태도는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다음카카오는 그 해법을 모색하고 있을 테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