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모바일 인수 계기, 애플에 이어 EU에 문제 제기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글의 모토로라 모바일 인수와 관련, '특허권을 남용해 경쟁을 해친다'면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했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AFP 통신에 따르면 MS는 소장에서 당초 모토로라가 정당한 가격을 물리겠다는 약속과 달리 필수 특허권에 대해 과도한 가격을 매겨 자사 제품의 '판매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MS는 모토로라가 1천달러짜리 노트북에 대해 비디오스탠더드와 관련한 특허 50건을 사용하는데 22.50달러의 로열티를 물도록 한 반면 다른 29개 회사는 2천300건에 달하는 특허를 단돈 2센트에 이용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S의 법무담당 부책임자인 데이브 헤이너는 "만약 모든 회사가 모토로라식으로 산업표준 특허에 가격을 매기면 PC,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만드는 제조원가보다 특허 비용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은 MS가 통상 경쟁자들을 공격하기 위해 규제 절차를 써먹는 것과 같은 수법이라면서 혐의를 일축했다.
이와 관련, EU 집행위 대변인은 MS의 소장을 접수했다면서 이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허 분야 애널리스트인 플로리안 뮐러는 수개월 내로 EU 집행위가 이번 소송을 계기로 전면 조사에 착수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애플도 지난주 모토로라 모바일을 상대로 EU 측에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모토로라와 서로 특허권을 침해했다면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도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은 소송에서 모토로라가 산업표준에 해당하는 기술을 공정한 조건으로 대여하겠다는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U 당국은 지난달 삼성전자가 일련의 고소를 통해 핵심기술에 대한 경쟁업체의 접근을 막는 식으로,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를 개시한 바 있다.
미국과 EU는 지난 13일 미화 125억 달러(14조1천억원) 규모인 구글의 모토로라 모바일 인수를 승인하면서, 인수로 확보하는 스마트폰 관련 1만7천건의 특허 등을 어떻게 경쟁사에 적용할지를 '예의 주시'하겠다는 단서를 단 바 있다.
이들 거대 IT 기업이 스마트폰 산업의 특허권을 사이에 놓고 벌이는 힘겨루기는, 산업 표준으로 사용되는 특허권을 남용하는 사례가 커지고 있다는 EU 규제 당국의 우려와 맞물려 있다.
산업 표준에 포함된 특허에 대해서는 '정당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는' 조건으로 면허를 부여하게 돼 있다.
한편 올들어 MS가 구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한때 EU 당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견제구를 받던 MS 입장이 구글의 성장으로 뒤바뀐 것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2/23 09:5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