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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왜 모토롤라를 헐값에 팔았나
스마트폰은 포화...웨어러블-스마트 홈 생태계 조성에 집중 의도
국제신문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2014-02-01 07:13:51
구글이 스마트폰 사업 부문을 담당한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중국 레노버에 29억1천만 달러에 팔았다.
125억 달러에 인수했던 모토롤라를 29억달러에 레노버에 넘기다니. 액수만 보면 무려 96억 달러나 밑지는 장사다.
그런데도 매각 계약을 체결한 레노버의 CEO 앙위안칭과 악수하고 있는 래리 페이지의 표정은 아주 밝았고, 매각 소식도 구글 블로그를 통해 발빠르게 전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지만 100억 달러, 무려 10조원 가까운 손해를 본 것에 비춰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모토롤라는 구글에 인수된 이후 피쳐폰 시절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Moto G 와 Moto X를 출시했고, 시장에서 꽤 호평을 받아온 터라 더 그렇다.
구글은 모토롤라를 인수한 지 19개월 만에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 단순히 자금 압박때문일까.
구글측의 공식 발표문을 보면 몇가지 숨겨진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1. 스마트폰 시장은 한물갔다? 이제는 웨어러블 & 홈 디바이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이미 포화상태에 들어간 스마트폰 시장보다는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스마트홈 분야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래리 페이지는 "The dynamics and maturity of the wearable and home markets, for example, are very different from that of the mobile industry. We’re excited by the opportunities to build amazing new products for users within these emerging ecosystems.(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홈 마켓 분야의 역동성과 성숙은 모바일 업계와는 매우 다르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생태계 내 사용자를 위한 놀라운 새로운 제품을 구축 할 수 있는 기회에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삼성전자 마저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구글은 이미 이같은 사태를 간파하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스마트폰은 돈이 안된다고 판단하면서 구글 글래스와 구글 카, 그리고 스마트 홈 디바이스에 사활을 걸겠다는 전략이다.
구글이 이번 매각 전에 스마트 홈 디바이스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네스트'를 인수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였다.
2. 삐걱대는 안드로이드 생태계 살리기...애물단지 특허권 신경 끝!
구글이 모토롤라를 매각한 것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과의 마찰을 피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모토롤라가 계속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야금야금 먹어들어올 경우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큰 축을 맡고 있는 삼성과 화웨이, LG 등 주요 제조업체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고, 이는 안드로이드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구글에 대한 종속이 심화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판단하에 자체 OS로 구동하는 '타이젠폰'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토롤라를 계속 쥐고 있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다.
게다가 구글로서는 모토롤라를 사들였던 본래 목적을 이미 달성했다고도 볼 수 있다.
구글은 당초 애플과 MS 등과의 특허 분쟁에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해 모토롤라가 소유한 특허권이 필요해서 거액 지출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번 레노버와의 매각 협상 조건은 모토롤라 특허권을 대부분 구글도 소유하는 것이어서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다.
특히 구글은 이번 매각 협상 직전에 삼성전자와 양사의 특허권을 서로 공유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더이상 특허 분쟁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됐다.
3. "미래 IT 생태계도 우리가 주도~ "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개방하면서 애플의 아이폰과 앱스토에 맞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플레이스토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고,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이끌어 왔다.
구글이 전통적인 PC 웹 광고 시장을 넘어 모바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제 구글은 사실상 웨어러블과 스마트 홈 시장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이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홈 디바이스 영역에서의 혁신도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선전포고처럼 들린다.
이래서 구글이 무섭다. 여전히 스마트폰 생산 경쟁에만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이러다가는 웨어러블과 스마트 홈 시장에서도 또다시 구글이 만들어놓은 생태계에 발만 담그는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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