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11월 대한민국 최초 국가표준 한글키패드(초성활용用)
1988.11.28일 제정된 체신부고시 제111호『전화기 표준규격서』에 대한민국 최초의 한글키패드 표준이 들어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존재는 부산대학교 김경석교수님의 명저 "컴퓨터속의 한글이야기"에서 소개되었으며, 이를 김경석교수님께 요청하여 사본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20년도 더 지난 이 자료를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손수 복사하여 보내주신 김경석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아래의 표준은 우리 한글의 평자음 10개를 각각 10개의 숫자버튼([1]~[0]버튼)에 순서대로 대응시켜 한글초성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 특징이 있습니다. 호남대학교 고갑천 교수님의 제안으로 표준이 제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에 고갑천 교수님은 이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시기도 했습니다. 표준의 주요 부분을 발췌하여 아래에 소개합니다.
이번에 자료를 정리하면서 중대한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1988년 표준이 "권고표준"이 아닌 "의무표준(강제표준)"이었다는 것입니다. 한글자판의 표준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 다음표와 같아야 한다" 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만약 권고표준이었다면, "~ 다음표와 같이 할 수 있다" 또는 "~ 다음표와 같이 하는 것을 권고한다" 라는 식으로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초성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국내최초의 표준한글키패드가 권고표준이 아닌 강제표준이었다는 것은 놀랍기만 합니다. 고갑천교수님의 홈페이지 http://www.choseongi.com 에 보면 맥슨전자에서 1990~1992년에 걸쳐 1988년 표준을 반영한 제품을 생산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 1988년 표준이 잘 정착이 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논쟁도 불필요할 것이고, 일본처럼 모든 숫자판에 한글에 최적화된 표준이 정착되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더불어 강제표준임에도 정착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줍니다.
무려 20년이 넘은 자료이지만, 오늘날 "한글공정" 파동에서 "표준화공정"으로 이어지는 슬픈 현실을 바라보면서, 1988년 표준문서 자료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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