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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6 (01:27:08)
“이 정도는 우리 반 애들도 다 해요.”

휴대폰 위에서 손가락을 몇번 움직였을 뿐인데도 액정화면에는 “안녕하세요, 이수형입니다”라는 글자가 또렷히 찍혔다. 인사말을 치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15초.

주위 사람들 눈이 동그래지자 까까머리 남학생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에이, 별거 아닌데”라며 씩 웃었다.


휴대폰 키판을 가지고 1분에 200타 이상을 내는 이수형(16)군은 양재고등학교 1학년. 지난 1월 열렸던 ‘한솔엠닷컴 모바일 사용 경진대회’에서 메시지 빨리 보내기와 검색 빨리하기 등으로 1등을 따낸 ‘폰타’의 실력파다. 하루에 보내는 문자메시지가 평균 30여개. 한달에 1000여개 가량의 문자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다. 휴대폰 사용 경력이 이달까지 겨우 9개월째지만 ‘매니아’다.

“반 아이들중 휴대폰 없는 애가 1~2명 밖에 안돼요. 휴대폰으로 문자 채팅은 기본이죠.”

수형군은 반 친구들이 한달 평균 보내는 문자메시지가 500~600건에 이른다며 자기만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로 여자친구한테 보내요. 처음 만나서 전화하기 쑥스러울 때 문자메시지로 친해졌는데요.”

심심할 때, 얼굴 마주대하고 얘기하기 쑥스러울 때,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문자메시지가 어색함을 덜어준다.

지루한 등교 버스안에서 휴대폰에 내장된 ‘테트리스’ 게임도 하고, 친구에게 “뭐하니, 시험은 잘봤니”라는 문자메시지도 남긴다. 좋아하는 음악 얘기 하는 것도, 토라진 여자친구 달래는 것도 휴대폰 문자메시지 몫이다.

수형이는 “가끔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외출할 때면 하루종일 불안해요”라며 “집에 돌아오면 휴대폰에 남겨진 메시지부터 확인한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을 40자 이내로 간추려 말하는 것도 익숙하다. 한번에 보내는 문자메시지가 40자로 한정되기 때문. “올 넘 더벗(오늘 너무 더워)” 정도의 줄임말은 애교다. 휴대폰을 보지 않고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졸음이 쏟아지는 학원 강의 시간 눈은 학원 칠판을, 손은 휴대폰 자판 위를 움직이며 메시지 보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속상한 일 있었던 밤, 불 꺼진 방에서 휴대폰으로 친구와 고민 상담하는 일도 수형이와 수형이 친구들에게는 종종 있는 일.

“어른들은 알까요, 문자로 주고 받는 우리들 마음을?”

(기자 : n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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