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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벨연구소 사장 '라스트 인치'를 해결하라
“현재 생쥐 한 마리의 사고 능력을 갖춘 컴퓨터가 오는 2025년께엔 사람 수준으로 올라설 것입니다. 또 오는 2060년에는 전세계 인구의 사고능력을 합한 수준의 컴퓨터를 단돈 1000달러 이내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8500명에 달하는 세계 최고 연구·개발 두뇌 집단인 루슨트 벨연구소의 수장인 김종훈 사장(45)이 밝힌 컴퓨팅 기술의 발전 속도는 무섭다.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면서 김 사장은 나쁜 마음을 먹은 한 사람이 컴퓨터를 이용, 전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와 같은 상황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되는 셈이다.
지난 4월 벨연구소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방한한 김 사장은 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한 조찬 간담회에서 ‘IT 기술이 산업 및 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IT기술 발전이 컴퓨터 간 정보처리 및 교환 속도 개선에 초점에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컴퓨터와 사람 간 인터페이스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해 미래 IT 발전의 지향점을 ‘라스트 인치(last inch) 문제 해결’에 있음을 시사했다.
김 사장은 이날 “현재 광케이블로 많은 정보를 보낼 수는 있지만 컴퓨터와 인간이 인터페이스하는 부분에는 그동안 소홀했다”며 “이제는 PC와 사용자가 호환하고 이용 환경에 따라 기술을 적용하는 ‘라스트 인치(last inch)’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브로드밴드를 기반으로 얼마나 멀리 네트워크를 연결하는가의 문제인 ‘라스트 마일(last mile)’에서 앞으로는 이용자가 키보드 없이 구두로 PC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등의 ‘래스트 마일’ 기술 구현이 IT 핵심 분야가 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냄새 인식 센서, 머리카락 굵기의 마이크로폰, 사람 눈동자 같은 나노 렌즈, 미세 자장을 이용한 행동 인지 센서 등 현재 벨연구소에서 나노 기술을 적용해 진행 중인 연구 성과를 소개 했다.
지난 92년 ATM(비동기 전송방식) 통신시스템을 생산하는 ‘유리시스템즈’를 설립, 98년 루슨트에 10억 달러를 받고 매각, 벤처 신화를 이룩한 김 사장은 벤처 성공 요인으로 환경, 자금, 기업가정신(entrepreneur) 등 세가지를 꼽았다.
김 사장은 “90년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 했던 1만 개 벤처 중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기업은 3%인 300개에 불과 했다”면서 “대기업과 달리 벤처는 ‘플랜A’가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B’를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해 성공보다 실패 후 다시 일어 날 수 환경과 정신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벨 연구소 사장으로서의 목표에 대해서는 “루슨트만큼 기술로 알려진 회사가 없으며 벨 연구소는 물리학, 수학 등의 학문적 연구도 수행하고 있어 기술 개발 분야에서 핵심적인 위치”라며 “이러한 기술을 비즈니스에 전달해 상업적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김 사장은 14일 오후 5시 고려대 공학관에서 ‘이공계 분야 비전’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etnews.co.kr
○ 신문게재일자 : 200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