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휴대폰 영문자 입력방식 특허 침해”…삼성전자등 국내업체 피소
[파이낸셜뉴스 2006-02-03 02:30]
국내외 간판급 휴대폰 업체들이 미국의 한 대학으로부터 ‘영문자 입력기술’과 관련한 특허소송에 휘말려 줄잡아 5억∼9억달러의 로열티를 내야할 위기에 처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대학이 지난해 초부터 ‘T9’ 방식 ‘영문자 입력기술’과 관련해 국내외 20여개 업체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해 양측간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텍사스대학이 현지 로펌을 고용해 텍사스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특허권을 주장한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VK 등 국내외 주요 휴대폰 업체 20여개사다.
텍사스대학이 특허권을 요구한 ‘T9’ 방식 영문자 입력기술은 휴대폰의 9개 숫자키로 영문자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그 동안 이 기술은 세계적인 인터넷업체인 AOL의 자회사인 테직 커뮤니케이션즈(Tegic Communications)의 고유 기술로 인정해 왔다. 따라서 국내외 휴대폰 업체는 AOL에 매년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해왔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도 AOL에 휴대폰 1대당 5달러 내외의 로열티를 매년 지불하는 조건으로 기술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미국 텍사스대학측이 특허 만료 시한인 지난해 9월 갑자기 영문자 입력기술에 대한 특허를 주장하면서 전세계 휴대폰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뽀족한 대책이 없어 특허소송 사실 자체를 쉬쉬하면서 1년여 동안 속앓이만 해왔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궁여지책으로 일단 영문자 입력기술을 구입한 AOL에 모든 책임을 넘기고 사태 수습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VK 등 일부 중소업체는 텍사스대학에 로열티 명목으로 일정액을 지불하는 선에서 소송을 피해갔다.
그러나 텍사스대학이 특허소송에서 승소해 특허권을 인정받을 경우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총 5억∼9억달러 가량의 로열티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휴대폰 업체 관계자는 “이미 AOL에 충분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영문자 입력기술을 구입했기 때문에 또다시 텍사스대학에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AOL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OL의 자회사인 태직커뮤니케이션즈 한국지사 관계자는 “텍사스대학이 최근 휴대폰 영문자 입력기술 관련 특허소송을 제기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사 차원에서 법적인 대응을 진행하고 있어 현재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 해외 휴대폰 문자입력기술 분야에서도 국내업체들이 국산 원천기술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