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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4 (20: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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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1011040079

[통일포럼]한글 표준화 논란과 시사점
지면일자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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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이 한글 자판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커다란 논란이 되었다. 중국이 자국 내의 소수민족 언어를 표준화해 국정 전반의 정보화 관리에 적극 활용하고, 이를 국제기구에 등록해 주도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논란 후에 중국이 우리나라의 표준화 제정안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자칫 이런 문제가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10여명의 북한 연구원들이 중국의 한글 표준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과거에 추진했던 남북 한글자판 표준화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다시 상기하게 만드는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한글자판 표준화사업은 1990년대에 시작되어 10여년간 지속된 대표적인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사업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통해 실제로 통용되는 한글 표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당 시 논란이 된 것은 사회주의체제와 자본주의체제의 표준화 추진체제 차이였다. 북한은 정부 주도의 표준화가 가능하고 컴퓨터 보급 대수가 적어 남북이 합의만 하면 쉽게 이를 추진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남한은 관련기업들이 다양한 입력방식을 개발해 왔고 이미 상당한 시장 규모를 형성해 단일 표준 제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남한의 이런 어려움이 지금까지 지속되어 이번 중국과의 한글 표준화 논란을 겪게 된 것이다. 다행히 정부와 관련기업이 힘을 합쳐 시장지배력이 크고 우수한 한글 표준안을 곧 제정할 모양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21세기 지식기반사 회에서 언어는 단순한 의사표현을 넘어 지식을 교류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IT 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우리 고유자산인 한글의 기술표준을 선도하고 이를 통해 우리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글 표준화는 입력자판 수준을 넘어 다양한 소프트웨어(SW)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 북한을 포함해 한글을 활용하는 국가, 기업들의 관련 동향을 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 주도로 조선컴퓨터센터와 평양정보센터, 김책공업종합대학, 국가과학원 등이 연합해 우리식 운용체계와 SW를 개발해 활용하는 북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북한의 리눅스 기반 운용체계 `붉은별이 그 한 예다.

북한은 2008년 봄에 `붉은별 1.1`을 발표한 후 1년만인 2009년 가을에 2.0판을 출시하였다. 이 안에 포함된 지원 프로그램도 1.0판의 4개에서 2.0판의 15개로 크게 증가하였다. 오피스, 윈도와의 호환 프로그램, 바이러스 백신, 보안, 통신, 제어판, CD 제작 프로그램 등이 그 예다. 효율을 제고하고 보안을 강화하며 통신과 연산 등의 사용자 환경을 개선, 보다 넓은 분야에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 보유 수량과 인터넷 환경, 전력 사정 등이 열악한 북한 실정에서 개발한 SW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수익창출과 재투입을 통한 선순환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고 정부 투자에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개발과 활용을 추진하기 어렵다. 어찌 보면 최근 중국의 한글 표준화에 북한이 참여했다는 보도가 이런 한계를 탈피하려는 북한의 시도 안에서 탄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글 표준화를 추진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에 이러한 북한의 실정이 반영되었으면 한다.

이춘근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수석대표 cglee@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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