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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수성 전하는 '한글 전도사'
찌아찌아족· 태국 라후족·중국 로바족 등 표기법 연구
고유의 언어는 있지만 이를 기록할 문자를 가지지 못한 소수 민족들이 있다.
어쩌면 문자가 없어 언어까지도 사라질 위기에 처할 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한글로 고유어를 적는 방법을 개발해 보급해주려는 '한글 전도사'들이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현지 정부의 승인을 받아 활발하게 사업이 진행되는 곳도 있지만, 한글표기법만 개발한 채 보급단계에 이르지 못하거나 정부나 단체의 지원 없이 학자 개인이 오지에서 한글을 가르치다 건강이 나빠져 사업이 중단된 안타까운 일도 있다.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한글의 세계화에 힘쓰는 이들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정신을 세계적 차원에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바우바우시에 거주하는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하는 성과를 일궈낸 서울대 언어학과 이호영 교수가 대표적이다.
평소 한글 세계화 사업에 관심이 높았던 이 교수는 2008년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바우바우시를 방문해 아미룰 타밈 시장을 만나면서 끈질긴 노력을 시작했다.
소수민족 언어 보전의 필요성을 느낀 타밈 시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 교수는 찌아찌아족 교사인 아비딘씨를 한국으로 초청해 1년에 걸쳐 찌아찌아어의 발음체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부터는 찌아찌아족이 모여 사는 소라올리오 지구의 까루야바루 초교에서 이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한글 교과서 '바하사 찌아찌아'로 정규 한글 교육이 이뤄지는 결실을 맺었다.
첫 한글 교육을 받은 초교생 대부분이 한글로 찌아찌아어를 완벽하게 표기하며 일반인도 한글을 배우려는 열의를 보이는 등 이곳 보급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호영 교수의 은사인 서울대 이현복 명예교수는 한글 세계화 사업의 선구자로 꼽힌다.
이현복 교수는 태국 북부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라후족의 언어 발음체계가 한글과 잘 맞고 라후어와 한국어의 문법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서 지난 1994년부터 학계 최초로 한글 보급을 시도했다.
그는 이때부터 매년 두 달 정도 현지를 찾아 라후족 마을을 돌며 이들 언어의 한글 표기법을 가르쳤고 교육과정을 마친 200여명의 라후족 중 상당수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한글로 표기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노학자인 이 교수의 거동이 불편해진 2001년 이후 이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그는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태국으로 돌아가 한글 보급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국가나 기관의 지속적인 도움이 있었다면 꼭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연구자가 현지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찌아찌아족에 한글을 보급하는 일도 힘들었다고 들었다. 정부가 나서서 연구재단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광진 성균관대 교수는 2002년 중국의 무(無)문자 소수민족인 로바족의 언어를 한글로 기록하는 법을 개발했다.
무문자 민족 언어의 한글 표기법 연구를 계속한 전 교수는 2008년 중국의 다른 소수민족인 어웡키족의 언어를 한글로 쓰는 법을 개발했으며, 2009년에는 대만 부눈족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데 성공했다.
전 교수는 현재 대만, 인도네시아, 마다가스카르 등에 걸쳐 널리 사용되는 남도어족(Austronesian Language)에 속하는 3개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전 교수는 "한글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한글로 다른 언어를 서사(書寫)하는 것"이라며 "한글이 한반도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전 세계에서 활개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한글사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국가의 무문자 민족에게 한글 서사체계를 보급하는 것은 현재 우리의 국력이나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훗날 좋은 기회가 온다면 지금의 연구가 한글 세계화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종편집 : 2010-10-08 09:45